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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바뀌면 시원하게 일을 볼 수가 없어요."
예민한 사람은 늘 사용하던 화장실이 아니면 배가 아파도 배변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익숙한 화장실이라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거나 대장 운동이 원활하지 않다면 쾌변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폭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변비가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각종 고기와 부침을 과하게 먹는 추석 등 명절이 지난 후 많은 사람이 배변의 어려움을 겪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배변이 쉽지 않다고 해서 모두 변비는 아니다. 의학적으로 일주일에 배변 횟수가 2회 이하거나 매일 화장실에 가더라도 잔변감이 들고 변량이 적은 것이 변비의 기본 요건이다. 대장암이나 직장암 등 질환으로 인해 갑자기 변비가 생기는 '기질성 변비'를 제외한다면 위와 같은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기능성 변비'로 진단된다.
많은 사람은 변비의 고통에서 탈출하기 위해 김치를 찾는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배변을 도와주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섬유소가 많이 함유된 채소라고 해서 모두 변비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여러 과일과 채소 중에서도 물을 빨아들이는 흡수성이 높은 섬유소가 포함된 것만이 장 기능과 변비에 효과가 있다.

김치의 재료인 배추를 비롯해 콩나물, 고사리, 부추, 옥수수에 들어 있는 섬유소는 물에 녹지 않고 질겨 변비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별로 없다. 반면 사과, 바나나, 배, 고구마, 감자, 연근, 브로콜리, 김, 미역, 다시마는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이들 식품에 들어 있는 섬유소는 입자가 곱고 흡수성이 뛰어나 자신의 무게보다 40배나 많은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대변의 부피를 증가시켜 배변을 원활하게 한다.
식이섬유의 하루 권장량은 20~35g이다. 매일 과일과 채소를 2~3번 먹는 것이 좋은데 한 번 먹을 분량으로는 양질의 섬유소가 포함된 과일 반 개, 샐러드 한 컵, 당근과 같은 생채소 1개가 적당하다. 지나치게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필수 무기질인 철, 칼슘, 마그네슘 흡수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적정량을 먹는 것이 좋다.
대변 중 30%는 소화되지 않은 찌꺼기, 70%는 수분이다. 따라서 하루에 물을 7컵 정도 마시는 것도 바람직하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대장 운동이 원활해지며 변이 묽고 부드러워져 배변이 쉬워진다. 대장의 노화로 인해 장 운동이 느려지면서 평소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이 잘 들지 않는 '이완성 변비'라면 아침에 일어나 찬물 두 컵을 마시는 것이 좋다. 식전에 찬물을 마시면 대장이 반사적으로 운동을 시작한다.
다만 젊은 사람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변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지만 잘 나오지 않는 '경련성 변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련성 변비'는 장은 이미 예민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장을 자극하는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계속해서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추석 명절, 어김없이 등장하는 술은 장을 예민하게 만들어 변비에 백해무익한 음식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