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의 평화와 자유! 바로 하이패션으로 환골탈태한 슬라이드 슈즈가 선사하는 멋과 즐거움이다.
버겐스탁을 신은 패션 블로거 린드라 메딘.
봄과 여름 사이 단 하나의 신발을 사야 한다면 주저 없이 가죽 슬리퍼를 택하겠다. '슬리퍼' 아니 전문적인 패션 용어로 말하자면 미끄러지듯 두 발을 넣는다는 의미의 '슬라이드 슈즈' 혹은 '슬라이더'가 맞을 듯. 지난 시즌 피비 필로가 세린느에서 처음 선보인 버겐스탁 스타일의 투박하고 납작한 가죽 슬라이드 슈즈는 일종의 패션 혁명에 가까웠다. 모던하게 정제된 하이엔드 룩과 만난 이 방종한 '쓰레빠'는 생경한 동시에 그 자체로 더없이 '쿨'했으니까. 발바닥 밑창에 카펫처럼 깔린 보드라운 밍크는 또 어땠나! 결국, 우리 여자들의 옷 입기와 스타일이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워지기 바라는 그녀의 바람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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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피비가 제안한 이 새롭고 친숙한 슈즈는 하이힐에 고통받던 여자들의 발에 순식간에 평화를 안겨줬다. 그 결과, 멋쟁이 여자들의 신발장엔 아찔한 스틸레토 힐과 벽돌 같은 플랫폼 슈즈, 그리고 평평하고 뭉뚝한 슬라이드 슈즈가 나란히 자리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뜻밖의 유행은 올봄 드디어 정점에 올라섰다. 새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이자벨 마랑이 출시한 슬라이드 슈즈는 발매와 동시에 온·오프라인 모두 품절 사태를 빚었고,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버겐스탁은 전 세계적인 열화와 같은 인기 덕분에 급격히 늘어난 오더량을 맞추느라 생산이 지연될 정도라고. 게다가 최근 오프닝 세레모니까지 협업에 나섰고, 함께 하고자 하는 수많은 브랜드의 러브콜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란다.
J. W. ANDERSON이처럼 빠르고 뜨겁게 번진 슬라이드 슈즈의 유행에 동참하고 싶다면, 합리적인 가격과 다채로운 디자인을 겸비한 SPA 브랜드부터 살펴보는 건 어떨까. 세린느, 이자벨 마랑, 클로에, 지방시에 이르기까지 하이엔드로 근사하게 환골탈태한 럭셔리 슬라이드 슈즈도 좋지만, 사실 한철 신을 슬리퍼에 50만원 이상 투자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다. 페미닌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주얼 장식이 더해진 H&M의 화려한 버전을 시도해도 좋고, 베이식하고 심플한 스타일을 추구한다면 자라의 간결한 레더 스트랩 스타일이 좋을 듯.
클로에의 모던한 슬라이드 슈즈.
무엇보다 오리지널 버겐스탁을 고르는 건 더도 덜도 없이 가장 현명한 선택과 소비라 말하고 싶다. 낙낙한 보이프렌드 핏의 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부터 슬림한 테일러드 팬츠, 깜찍한 미니 드레스 차림까지 그 활용도는 결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까. 난 일찌감치 버겐스탁의 화이트 투 스트랩 디자인을 점찍어뒀다. 여기에 후들후들한 화이트 맨즈 티셔츠와 아페쎄 생지 데님 팬츠를 매치할 예정. 그건 그간 수많은 힐에 혹사당한 두 발에 선사하는 감사와 안녕의 선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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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느의 심플한 레더 슬라이드 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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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의 플라워 프린트 슬라이드 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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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의 버클 스트랩 슬라이드 슈즈.
세린느의 심플한 레더 슬라이드 슈즈.
이자벨 마랑의 슬라이드 슈즈를 데님 팬츠와 매치한 블로거.
J. W. ANDERSON
버겐스탁을 신은 알렉사 청.
스트랩에 주얼 장식을 더한
H&M 슈즈.
에디터 김누리|
포토그래퍼 WWW.IMAXTREE.COM